멸치는 경골어류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바다 어종으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멸치는 학명으로 Engraulis japonica라 불린다. 그 외에 유럽 멸치는 영어로 앤초비라 하며, 페루 앞바다에서 잡히는 큰 멸치는 안초베타, 이탈리아에서 잡히면 아치우가(acciuga)라 한다. 멸치 속(Engraulis)은 8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 세계 최대 어획량으로 페루산 멸치(Engraulis ringens)가 있다. 대부분의 종들은 연안에 서식한다. 멸치는 호주산 멸치 E. australis 및 유럽산 멸치 E. encrasicolus와 매우 비슷하지만,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별종으로 분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멸치과의 어종으로 멸치 외에 반지, 풀반지, 청멸, 웅어 등 6종이 서식하고 있다. 옛 문헌인《우해이어보》에는 '멸아', 《자산어보》에는 '멸어'라고 하였고 한자어로 '추어'라 하였다 한다. 다른 기록인《재물보》와 《전어지》에 보면 '몃'이라 하였다고 한다. 일본명으로는 Katakuchiiwashi라고 한다.
멸치의 몸길이는 12-18cm 정도이며 수명은 1년 반 정도이다. 몸의 횡단면은 타원형을 하고 있으며 옆으로 납작한 형태이다. 입은 크고 위턱이 아래턱에 비해 튀어나와 있고, 양 턱에는 작은 이빨이 있다. 입의 형태로 눈퉁멸, 샛줄멸, 정어리로 구분한다. 얇은 비늘이 몸을 덮고 있으며 몸의 체색은 등 쪽으로 짙푸른 감색 또는 청색을 하고 있고, 중앙과 배부분은 은백색을 띤다. 눈에는 투명한 눈꺼풀(안검)이 있다. 등지느러미는 1개로 몸의 중앙 부위에 위치하며, 가슴지느러미는 배 쪽으로 치우쳐 있다.
멸치는 우리나라 전 연안과 일본, 중국 등지에 널리 서식하며 표층 회유어로서 주로 수심 0~200m 정도의 대륙붕 해역에 서식한다. 수명이 만 1-2년이며 봄에 연안을 따라 떼를 지어 북상하였다가 가을에 남하하는 생태를 보인다. 유어일 때는 부유성 해조류를 따라다니며 주로 유생을 먹이로 하는데 성체가 되면 먹이로 작은 갑각류, 연체동물의 유생, 어류의 알, 요각류와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한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멸치는 바다에 서식하는 물고기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어종이다. 계절상 봄 멸치가 유명한 것은 체내에 지방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안으로 회유하는 종들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연근해 따뜻한 바다에 분포하는 종으로 1년에 두 차례 봄과 가을 2차례에 걸쳐 산란한다. 산란은 수심 20∼30m층에서 야간에 산란하는데 알은 타원형으로 생겼으며, 암컷 한 마리가 낳는 알의 수는 1,700-16,000개 정도이고 여러 번으로 나누어 낳는다고 한다. 수정란은 표층을 떠다니면서 부화하는데 수명은 1년 반 정도이다. 부화 후 크기가 약 2cm에 이르기까지의 멸치는 청어, 멸치과에 속하는 다른 종과 형태가 매우 유사하며, 특히 특징인 입의 모양도 다른 어종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다. 2cm 전후의 멸치는 떼 지어 연안에서 성장하는데, 4cm 전후의 크기로 자라면 각 지느러미가 완성되고 몸에 비늘이 덮여 치어가 된다.
멸치 어업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고깃배들이 멸치 떼를 따라 다니면서 잡는 '유자망' 어업방식과 ‘기선권현망’ 어업방식이다. '유자망' 방식은 그물을 수면에서 수직으로 아래로 펼쳐지게 한 다음, 펼쳐진 그물을 물의 흐름과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떠다니게 하면서 물고기가 그물코에 꽂히거나 둘러싸이게 해서 잡는 방식이다. 어획성능이 좋지만 대상물을 남획할 우려가 있다. 부산 기장군 대변항은 전국 유자망 멸치 어획량의 70%를 담당하고 있으며 대개 젓갈용으로 가공된다. ‘기선권현망’ 어업방식은 그물을 끄는 2척의 끌배, 1척의 어탐선, 1척의 가공선, 2~3척의 운반선 등 6척 내외의 선박이 선단을 이룬다. 어군탐지기가 장치되어 있는 어탐선이 멸치 군을 탐색한 후 작업지시를 내리면 끌배는 어구를 끌어서 멸치를 잡아들인다. 잡아들인 멸치는 가공선으로 옮겨져 현장에서 바로 삶은 다음 운반선에 의해 육지로 운반되어 자연건조 내지 열풍건조를 시킨다. 주로 경남 통영, 거제, 여수 등 남해안에 분포해 있고, 우리가 먹는 마른 멸치(건멸치)의 대부분이 기선권현망 어업 방식으로 잡아들인 멸치들이다.
둘째는 멸치 떼가 이동하는 바다 길목에 미리 그물을 쳐 놓고 잡는 '정치망' 어업방식이다. 정치망 어업방식은 한 자리에 상당기간 그물이 고정되어 있어야 하므로 대상 해역은 조류가 강하지 않고 수심이 얕아야 한다. 물고기 떼를 따라다녀야 하는 유자망 어업방식과 달라 조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적게 든다.
셋째는 ‘죽방렴’ 어업방식으로 기록에 의하면 가장 오래된 곳이 경상남도 남해군 지족해협으로 지족해협은 남해군 창선도와 남해읍 사이에 있는 좁은 수로로 물살이 빨라 죽방렴 어업의 최적지이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곳에다 참나무 말뚝을 V자로 박아 대나무로 그물을 엮어 두는데 조류에 떠밀린 물고기가 V자 끝에 설치된 불룩한 통발 안으로 들어오면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통발은 밀물 때는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힌다고 한다. 어민들은 하루 두세 번 죽방에 갇혀있는 멸치 등을 뜰채로 건져 낸다.
'칼슘의 왕'으로 불리는 멸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2 - 20만 톤씩 생산되는 주요 수산 어종 중의 하나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산자원 중의 하나로 남미 연안, 지중해 등에서도 동물 사료용 재료나 수산 식품으로서 이용되어왔다. 갓 잡은 멸치를 초고추장과 미나리에 버무려 날 것으로 먹는 방법과 사시사철 입맛을 돋우는 젓갈로 담가서 먹기도 하며, 삶아서 말린 마른 멸치 등으로 먹는다.
멸치를 비롯한 생선뼈는 주로 인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화합물은 비타민 D의 도움을 받아야 흡수가 잘 된다. 그런데 비타민 D는 생선 내장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내장과 뼈를 통째로 먹을 수 있는 마른 멸치가 칼슘 흡수 면에서 탁월하다. 불안하거나 신경질이 나는 것은 칼슘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매일 일정량의 칼슘을 섭취하면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좋다.
한편 우리나라 수산물 검사법에 의하면 건조품 중 전장 77mm 이상을 대멸, 46~76mm를 중멸, 31~45mm를 소멸, 16~30mm를 자멸, 15mm 이하를 세멸 이라 부른다. 가장 작은 크기(2cm 전후)는 ‘소멸' 또는 '지루멸’이라 하여 값이 비싼 편이며 6-7cm 전후로 비늘이 곱게 덮인 것은 ‘고주바’라 부르고 가장 비싸게 취급된다. 몸길이가 15cm 전후의 ‘오바’라 부르는 대멸은 값이 가장 싸다. 큰 것은 국물을 우려내는데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