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목에 속하는 물고기를 이르는 말이 장어로 보통 우리나라에선 장어라고 하면 뱀장어를 가리킬 때가 많다. 장어 종류 가운데 뱀장어는 바다와 강을 오가는 유일한 종으로,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보다 훨씬 뒤에 있어서 갯장어나 붕장어랑 구별된다.
뱀장어는 연어와 반대로 강에서 살다가 바다로 가서 알을 낳는데, 5~12년 정도 민물에서 생활하다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간다. 수심이 깊은 2~3000m의 심해에서 알을 낳는데 이런 조건을 맞출 수 없어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는 치어를 잡아서 양식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치어의 공급이 모자라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데. 일본이 2010년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고 하며 우리나라도 2016년 국립수산과학원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치어의 가격이 비싸져 언급한 것처럼 공급이 부족해 최근에는 아메리카 장어, 필리핀산 치어를 많이 수입해서 양식 유통한다고 한다. 북미산은 자포니카와 매우 흡사한 모양새이며 필리핀산은 녹색이 특징이다. 알에서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뱀장어는 투명하고 버드나무잎처럼 생겨 댓잎 뱀장어라고 부른다. 강 하구에 도착한 뱀장어들은 실처럼 가늘고 투명한 형태가 되는데 이런 실뱀장어를 3월경에 잡아서 뱀장어 양식에 사용한다.
뱀장어 중에서 풍천장어가 제일 유명한데 여기서 풍천은 지역을 가르키는 말이 아니다. 뱀장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올 때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바람을 타고 강으로 온다는 의미에서 ‘바람풍(風)’에 ‘내천(川)’자가 붙었다고 한다. 이런 풍천장어의 유래가 된 곳은 전북 고창군 인천강이다. 분류군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장어들이 뱀처럼 몸이 길고 가늘다.
크기는 종류마다 달라 정원 장어 종은 60cm 정도로 작고 가는곰치 종은 4m 가까이 되는 큰 장어도 있다. 거의 모든 장어는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길어 꼬리 끝까지 연장된다. 곰치는 등지느러미가 머리 위쪽이나 머리 바로 밑에서부터 시작되고 가슴지느러미가 소실된 종이 많다.
장어의 살은 부드럽고, 상당히 기름진 편이며 은근히 잔가시가 많아서 먹기가 불편한 생선이기도 하다. 일반 음식점에서 나오는 장어나 시중에서 유통되는 장어는 대부분 뼈가 손질된 채로 나오나, 잔가시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잔가시를 제거하기도 까다롭기도 하지만 제거할 경우 살이 뭉개져 상품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나마 장어의 잔가시는 다른 생선에 비해 가늘고 부드러운 편이어서 먹어도 문제가 안 되지만 가시를 싫어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 물고기일 수 있다.
장어는 한국에서 정력 음식으로 유명하여 구이로 주로 먹는다. 보통 소금구이와 고추장·간장 양념구이로 크게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구이에는 잘게 채 썰어서 생강을 밑반찬으로 준다. 손질하고 나온 뼈를 튀겨서 튀김으로 먹기도 한다. 장어탕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장어를 통째로 갈아서 만든 것과 살을 그대로 넣어서 만든 통장어탕이 있다고 한다. 조선 시대의 연산군은 장어로 마늘 백숙을 해서 즐겨 먹었다고 한다. 회로도 먹는 장어는 붕장어(아나고)회가 흔하고, 날생선의 살을 모양 그대로 살려 썰어 내는 다른 회와는 달리 장어살을 잘게 다지고 꼭 짜서 나오는데 이유는 피에 약한 독성이 있어서 그냥 먹으면 탈이 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어로 하모라고 하는 갯장어 회는 고급 회 중 한 가지 이다.
세계에서 제일 많이 장어를 소비하는 일본에선 고급 보양식으로 꼽힌다. 그래서 일본은 6월 장마 이후에 더위 먹는 것을 피하고자 보양식으로 장어를 먹는다고 한다. 여름철에 한국 사람들이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찾는 것처럼 일본인들은 여름 보양식으로 주로 장어를 선호한다. 일본에서는 인기 있는 요리로는 카바야키(かば-やき)가 있다. 달짝지근하게 졸인 양념간장을 바른 뒤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구워내면, 껍질의 바삭바삭함과 육즙이 많은 살을 맛볼 수 있다. 또 달콤짭짤한 양념을 바르며 구워낸 장어를 뜨거운 밥 위에 올린 덮밥(우나기동)이 있다. 일본에서는 손질에서도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는데, 손질할 때 관서 지방에선 다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배를 가르지만, 관동 지방에선 배를 가르는 것은 등을 가른다. 또 다른 특징으로 간토(關東) 지방에서는 굽기 전에 지느러미, 꼬리, 머리를 제거하지만, 간사이(關西) 지방 사람들은 그대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 장어 요리에는 혀를 얼얼하게 하는 고추 맛과 새큼한 감귤 향이 어우러진 산쇼(山椒)를 뿌려 먹는다. 이 장어만큼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익혀서 먹는데, 그 이유는 장어의 피에는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성분의 독이라 섭씨 60도 이상에서 5분 정도 조리하면 독성이 있다고 한다. 물론 피를 철저하게 제거하고 껍질을 뜨거운 물로 살짝 익혀 날로 먹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요리는 아니다. 일본 내에서는 특히 시즈오카현의 하마마츠시가 장어로 유명한 지역이며 그중에서도 하마나 호, 특히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기수 지역에서 잡힌 장어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